작품설명

김치형의 작품 속 변이를 거듭하는 괴상한 생명체는 화염을 토하거나 체액을 흘린다. ‹황야의 삶›에 등장하는 생명체는 처절하게 부서지거나 죽어 가고 있지만, 부단히 어떤 행위를 하거나 무엇인가를 말하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녹아 있는 블랙코미디에서 주로 영감을 받는 작가는 폐허가 된 도시, 불안한 징후가 가득한 공간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는다. 그로테스크한 미적 세계관에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신랄한 시각이 중첩되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환상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어린 시절 미국과 인도에 거주하면서 다양한 동식물을 직접 보고 책과 영상을 통해 신화 속 동물과 화석을 연구한 김치형은 서로 다른 종이나 종의 부위를 합성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내고, 특유의 세밀한 묘사력으로 그들이 등장하는 세계를 그린다. ‘연필선보다 캐릭터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에’ 스케치는 주로 펜으로 하고, ‘물감에 비해 적절히 퍼져 나가는 느낌이 좋기 때문에’ 채색은 마커를 선호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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